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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간호

중환자실 간호사가 말하는 수술 후 영양공급과 재급식 증후군(Refeeding Syndrome)의 진실

bluefrog 2025. 4. 15.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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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환자실에서 근무하면서 가장 자주 마주하는 질문 중 하나는 이것이다.
“수술 후 아무것도 못 드시는데, 빨리 영양 공급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동시에 매우 위험한 말이기도 하다.

나는 ICU에서 일하면서 수없이 많은 환자들이 회복을 앞두고 **재급식 증후군(Refeeding Syndrome)**이라는 낯선 위협 앞에서 다시 위독해지는 장면을 목격해왔다. 문제는 이것이 단지 드물게 나타나는 합병증이 아니라, 우리가 너무 자주 무심코 지나치는 치명적 결과라는 것이다.


수술 후 ‘7일 이내 열량 목표 도달’이 중요한 이유

1. 수술 후 인체는 생리적으로 ‘이화 상태’에 돌입한다

수술, 외상, 패혈증과 같은 급성 스트레스 상황은 인체를 고도로 분해 상태로 전환시킨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카테콜아민, 글루카곤 등의 분비가 증가하면서, 간은 글루코오스를 만들기 위해 근육 단백질을 분해하고, 말초조직은 인슐린 저항성을 나타낸다.

이러한 변화는 에너지 소비 증가, 질소 손실, 근육 감소, 면역력 저하로 이어진다. 실제로 수술 후 3일 이내에도 체중이 급격히 줄고, 혈장 알부민 수치가 저하되며, 상처 치유 속도는 현저히 느려진다. 적절한 시기에 충분한 열량과 단백질을 공급하지 않으면 생리적 회복이 지연되고 감염률이 증가한다.

2. 그러나, 열량 공급은 ‘천천히’ 이뤄져야 한다

수술 후 아무것도 섭취하지 못한 환자에게 갑작스럽게 고칼로리, 특히 고탄수화물 중심의 영양을 공급할 경우, 인슐린 분비가 급증하고 포도당이 세포 내로 들어가며 대사적 변화가 시작된다. 이 과정에서 인산, 마그네슘, 칼륨, 티아민 등 주요 전해질이 혈중에서 급감하며 다양한 합병증이 발생하는데, 이것이 바로 재급식 증후군이다.


재급식 증후군의 병태생리: 대사 회복의 역설

재급식 증후군은 영양결핍 상태에서 급속한 영양공급에 의해 발생하는 전해질 및 체액 불균형을 의미한다. 특히 인체의 ATP 생산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인산(Phosphate)은 재급식 시 빠르게 세포 내로 이동하면서 혈중 농도가 치명적으로 떨어질 수 있다.

이러한 저인산혈증은 다음과 같은 결과를 초래한다:

  • 횡문근의 에너지 생산 장애 → 호흡근 마비
  • 심근 수축력 저하 → 심부전, 부정맥
  • 백혈구 기능 저하 → 감염 악화
  • ATP 고갈 → 의식저하, 혼수

이 외에도 저칼륨혈증과 저마그네슘혈증은 심전도 변화와 신경학적 이상을 동반하며, 티아민 결핍은 Wernicke 뇌병증으로 진행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영양이 회복의 수단이 아닌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실제 임상사례: “그 환자, 왜 갑자기 재삽관이 되었을까”

필자는 70대 남성 폐렴 환자를 담당하고 있었다. 패혈증으로 인한 섬망 상태였고, TPN으로 열량을 제한적으로 공급하며 경과를 관찰 중이었다. 수술 후 4일째 되는 날, '이제 장이 돌아왔으니 경장영양을 시작해보자'는 결정이 내려졌고, 당시 주치의는 하루 1500kcal로 시작을 지시했다.

그로부터 6시간 후, 환자는 점차 호흡이 느려졌고, SpO₂는 85% 이하로 떨어졌다. ABGA에서 pH는 7.28로 감소, 혈청 인은 0.5 mg/dL로 급락해 있었다.
진단은 ‘심한 저인산혈증에 의한 급성 호흡부전’. 즉, 재급식 증후군이었다. 결국 환자는 재삽관되고 진정제로 안정화되어야 했다.

이후 회진에서 교수님은 조용히 말씀하셨다.
“영양은 ‘주입’이 아니라 ‘처방’이다. 간호사는 그 경계의 최전선에 있다.”


국제 가이드라인의 권고사항

ESPEN Clinical Nutrition Guidelines (2021)

중환자는 3–7일 이내에 점진적으로 에너지 목표의 70–100%에 도달해야 하며, 초기에는 hypocaloric feeding(저열량 공급)이 권장된다.
— Singer et al., 2021

ASPEN-SCCM Guidelines (2016)

재급식 증후군 위험이 있는 환자에게는 하루 10–20 kcal/kg 수준으로 시작하고, 전해질 상태를 충분히 교정한 후 천천히 증량해야 한다.
— McClave et al., JPEN, 2016

NICE CG32 Guideline (UK, 2006)

재급식 위험군에게는 10 kcal/kg/day 미만으로 시작하고, 4–7일에 걸쳐 목표 열량으로 증량해야 하며, 포스페이트, 칼륨, 마그네슘, 티아민 보충이 동반되어야 한다.


NST 실무전략과 간호사의 역할

중환자실 NST에서는 보통 다음과 같은 스텝으로 계획을 수립한다:

기간열량 공급 기준관리 전략
1~2일차 TEE의 30–50% 저농도 경장영양 or TPN 시작, 전해질 보충, 혈당 조절
3~5일차 50–70% 장관영양 증량, GI 증상 모니터링, 전해질 정기 재측정
6~7일차 70–100% 완전 목표 열량 도달, 필요 시 단백질 증량 조정

간호사는 이 과정에서 전해질 수치 변화, 위잔류량, 설사 여부, 혈당, 체중 변동, CRP/albumin 추세 등을 모니터링하며, 이상 반응을 조기에 탐지하고 보고하는 핵심 역할을 수행한다. 간호사의 세밀한 관찰 없이는 안전한 영양 공급은 불가능하다.


결론: 영양은 치료다. 그러나 그 속도는 생명을 좌우한다

영양 공급은 더 이상 단순한 ‘보조 요법’이 아니다. 수술 후 환자, 특히 중환자에게 있어 영양은 대사적 치료이며, 생존 그 자체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약도 용량과 속도가 중요하듯, 영양 역시 도달해야 할 목표는 명확하되, 도달하는 경로는 신중해야 한다.

중환자실 간호사로서, 나는 오늘도 계산기보다 환자의 얼굴을 먼저 살핀다. 체온, 맥박, 호흡, 땀의 냄새, 입술의 색 — 그 모든 것이 ‘지금 이 환자가 영양을 받아들일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바이오마커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가 재급식이라는 덫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감각이다.


참고문헌

  1. Singer, P., Blaser, A. R., Berger, M. M., Alhazzani, W., Calder, P. C., Casaer, M. P., ... & Oudemans-van Straaten, H. M. (2021). ESPEN guideline on clinical nutrition in the intensive care unit. Clinical Nutrition, 40(3), 885–922.
  2. McClave, S. A., Taylor, B. E., Martindale, R. G., Warren, M. M., Johnson, D. R., Braunschweig, C., ... & American Society for Parenteral and Enteral Nutrition. (2016). Guidelines for the provision and assessment of nutrition support therapy in the adult critically ill patient. JPEN Journal of Parenteral and Enteral Nutrition, 40(2), 159–211.
  3. National Institute for Health and Clinical Excellence (NICE). (2006). Nutrition support in adults: oral nutrition support, enteral tube feeding and parenteral nutrition. NICE guideline (CG32).
  4. Kraft, M. D., Btaiche, I. F., & Sacks, G. S. (2005). Review of the refeeding syndrome. Nutrition in Clinical Practice, 20(6), 625–633.
  5. Martindale, R. G., & McClave, S. A. (2019). Strategies to optimize nutrition support therapy in the ICU. Critical Care Clinics, 35(3), 365–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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