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의료는 가능하다책 다른 의료는 가능하다는 다섯 명의 전문가들이 참여한 대담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중에서도 첫 번째 담화는 특히 인상 깊었다. 이 담화에서는 우리나라 공공병원의 문제, 의료 민영화, 원격의료, 정신장애인의 인권과 탈시설화 문제를 다루고 있다. 책을 읽고 나서야 비로소 왜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이 민간 병원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건강보험 적용에 따른 수가 문제로 인해 대형병원은 급성장하고 중소병원은 쇠퇴하게 되었는지를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특히 원격의료에 대한 논의가 흥미로웠다. 일부 전문가들은 지역사회와 가까운 병원의 주치의가 왕진이나 전화 상담과 같은 방식으로 환자에게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나는 원격의료를 반대하는 측의 주장이 충분히 설득력 있지 않다고 느꼈다. 의사 단체들이 비대면 진료가 의료진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며 반대하는 것은, 의료 접근이 어려운 도서산간 지역이나 의사 수가 부족한 지역의 환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기회를 막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의사 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원격의료는 중요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사 단체들은 의사 수가 충분하다고 주장하며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이유로 원격의료를 반대하는 경향이 있다. 이로 인해 국민들은 단 5분, 10분의 진료를 받기 위해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불편을 감수하고 있다. 이는 결국 국민의 불편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감수하라는 말처럼 들린다.
물론 원격의료의 효과가 아직 완전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은 인정해야 할 부분이다. 만약 충분한 검증 없이 재정이 투입된다면, 중요한 분야에 필요한 예산이 축소되고 건강 불평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얼마 전 중국에서는 3,000km 떨어진 시골 마을의 환자가 원격 수술을 성공적으로 받았다는 기사를 보았다. 이러한 기술적 진보를 고려할 때, 우리나라의 뛰어난 의료진들도 원격의료에 대해 좀 더 긍정적인 태도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K의료라는 세계적인 명성에 걸맞게, 원격의료를 통해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취약 계층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오히려 의료 평등을 실현하는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인상 깊었던 마지막 담화에서는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이 철저히 시장 논리와 상품화에 기초해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최근 대형병원에서 암센터를 짓는 것이 유행처럼 번졌으며, 그 암센터들의 환자 수가 꽉 찬 상황이라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는 우리나라의 암 진단 수준이 높은 것을 의미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과잉진단으로 인해 불필요한 의료가 이루어졌을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의료적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개입이 필요하다. 대형병원에서 현실적인 의료수가를 적용하고, 경증 환자들의 본인 부담률을 높여 불필요하게 대형병원을 찾지 않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를 통해 중소병원에서 경증 질환을 치료하게 함으로써 의료 집중 현상과 과잉 진료로 인한 사회적 낭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의료의 공공성은 단순히 공공병원을 많이 짓고 인력을 충원하는 것으로 해결될 수 없다.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바라는 공공의료가 무엇인지에 대해 합의가 필요하다. 국민 스스로가 문제를 인식하고, 어떻게 의료 공공성을 강화할 수 있을지에 대해 사회운동이나 시민 참여를 통해 국가에 요구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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